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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re] 잊지 못할 달밤의 야간산행

2011.10.05 08:07

김현주 조회 수:1846


오늘 있었던 2학기 동네학 첫 수업에서
관우네 집까지 걸어갔던 길을 칠판 가득
아이들과 그림지도로 그려 보았습니다. 

바다동물들을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수많은 가게 중에서 아홉명 모두가 특별히
'횟집'을 기억해내고 그리는 것을 보니 웃음이 자아졌습니다.

부모님들은 관우네 집에 이른 저녁부터 도착하셔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셨을 거라 생각되어 저는 더 조바심이 났었는데
막상 관우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편안하신 표정들이란.....

지도로 길을 머리 속에 모두 담고 갔긴 했지만,
저 또한 초행길인 해가 진 깜깜한 산길을 내려가자니 
슬그머니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의연하게 걷는데
아이들은 무섭기도 한지 더 쉴 새 없이 재잘거립니다.

"선생님 몇 분 더 가야  마을이 나와요?"(준혁 열 번 넘게 물어봄)
"어, 이제 곧 나올거야."(그 때마다)

"선생님 이거 완전 공포체험이예요"(도영)

"마을 불빛이 사라졌어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거 같애요"(가을)
"어, 가다 보면 그런 길도 있는 거야"

"산에서 못 나가면 여기서 자야 되요?"(근호)
"그러지 뭐"
"산에서 자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다는데..."(정우)
"9월달에는 안 죽는다. 여기는 에베레스트도 아니예요"

"선생님, 발톱이 빠진 거 같아요. 귀신 나올 거 같애요"(지인)

"선생님 이 길이 아니면 어떡해요?"(관우)
"아니여도 괜찮아. 길은 분명히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마을이 나올거야"
"이 길인지 어떻게 아세요?"
"선생님은 직감으로 안다"
"저도 직감으로 앞장 설래요!"

저 조차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밤길 감각이 의심스러워지며
'이 길이 맞나?'하며 내심 불안했던 길이였죠. 

무척 힘들었던 5시간여에 이른 야간산행을 해냈던 건
다리 아픈 것에 비하면
인적 하나 없는 밤의 산길이 준 두려움과 공포가
더 컸기 때문이지요.^^

뒤에서 걸으며  들려왔던 잔뜩 겁먹은 아이들의 얘기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주며 선생님이 놀리는 통에
교실은 깔깔거리는 웃음바다가 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공책에 멋진 길과 산들을 그려냈지요.

탈도 많고 다툼도 많은 녀석들, 하지만 그만큼이나 멋진....
녀석들과 함께 넘었던 무척 아름다웠던 가을의 문형산,
정상에서 함께 맞았던 산바람 속의 노을과 초승달,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어둠 속의 기인 산길,
그리고 반가웠던 마을의 불빛과 아이들의 환호성
함께였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겁니다.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사랑과 믿음의 박수를 보냅니다.

4학년! 계속되는 모험의 세상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